[스포츠서울 | 정의정 웰니스전문위원]
④ 규제의 언어에서 희망의 언어로
...ESG 이후, 웰니스로 브랜드를 설계해야 한다
지난 10년간 기업들은 ESG가 세상을 구할 것이라 믿었다. 수많은 보고서와 캠페인이 쏟아졌고, ‘지속가능성’은 새로운 윤리의 언어가 되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브랜드의 언어는 규범에 갇히고, 사람의 마음에서는 멀어졌다. 선한 의도는 넘쳤지만, 삶의 울림은 사라졌다.
MIT 경영대학원은 2024년 보고서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ESG는 모든 것을 측정할 수 있지만, 의미만은 측정하지 못한다.” 지표는 늘었지만 관계는 멀어졌고, 말은 많지만 마음의 이유는 비어 있다. ESG는 옳은 말의 집합이었지만, 사람의 변화를 이끌지 못한 언어였다.

파타고니아 브랜드 메세지
파타고니아가 선택한 언어
“We‘re in business to save our home planet.” 파타고니아의 창업주 이본 쉬나드가 2022년 회사를 환경단체에 기부하며 한 말이다. 그는 ESG 보고서를 내는 대신, 제품 하나하나에 수선 방법을 적어 넣었다. 소비를 줄이라고 소비자에게 말하는 브랜드. 성장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성장의 의미를 다시 쓴 것이다.
파타고니아는 환경 지표를 자랑하지 않는다. 대신 “Don‘t Buy This Jacket”이라는 광고를 낸다. 정말 필요한 게 아니면 사지 말라고. 이 역설적 메시지가 오히려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높였다. 2022년 매출 30억 달러를 기록하며, 진정성이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지 증명했다.
이것이 웰니스 브랜딩이다. 규제를 지키는 게 아니라,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 보고서가 아니라 관계로 말하는 것.
GSE, 안에서 밖으로 흐르는 변화
세상은 바깥에서부터 변하지 않는다. 변화는 언제나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 내면의 진정성이 관계로 확장되고, 그 관계가 사회와 생태의 질서를 회복시킨다. 이 흐름이 지속가능성의 본래 구조다.
그래서 이제는 ESG가 아닌 GSE의 관점이 필요하다. ESG가 외부의 구조를 정비했다면, GSE는 존재의 구조를 회복하는 언어다.
G는 진정성에서 출발한다. 시스템보다 신뢰, 규율보다 납득이 우선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삶의 구조가 만들어진다. 거버넌스는 투명한 지표가 아니라, 일관된 행동으로 증명된다.
S는 그 진정성이 관계로 확장되는 지점이다. 진정성을 지닌 개인, 브랜드가 사회적 책임을 나누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공감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브랜드가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곧 그 브랜드의 사회적 가치다.
E는 그렇게 형성된 관계가 세상과 순환하는 단계다. 환경 관리가 아니라 삶 전체의 회복, 인간이 온전해지면 자연도 숨을 돌린다. 이것이 진정한 지속가능성의 순환 구조다.
G는 내면의 진정성을, S는 관계의 공감을, E는 생태적 순환의 관점을 의미한다. 우리가 이 세 축을 경영 중심의 사고가 아닌, 삶의 관점으로 재정립하고 실천해나갈 때 웰니스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우리 삶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된다.
러쉬, 사람부터 살린 브랜드

러쉬 브랜드 매장
영국 화장품 브랜드 러쉬(Lush)는 2019년 SNS 계정을 모두 닫았다. 알고리즘이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해친다는 이유에서다. 매출 감소를 감수하고 내린 결정이었다. “우리 직원이 먼저 행복해야 고객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러쉬는 매장에서 플라스틱 포장을 없앴다. 비누를 나체로 판다. ‘네이키드(Naked)’ 제품 라인은 포장 자체를 거부한다. 불편함을 감수한 고객들은 오히려 이 브랜드에 더 큰 애정을 보냈다. 2023년 글로벌 매출 10억 파운드를 넘기며, 불편함조차 가치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러쉬의 진정성은 제품이 아니라 사람에서 시작됐다. 직원을 먼저 돌보고, 그 마음이 제품으로, 고객으로, 환경으로 확장됐다. 이것이 GSE의 흐름이다. 안에서 밖으로, 나에서 우리로, 현재에서 미래로.
브랜드는 삶의 리듬에 귀 기울인다
이제 브랜드는 경영의 전략이 아니라 삶의 지속성을 함께 설계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브랜딩은 제품을 꾸미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삶에 닿는 온도를 만드는 일이다.
웰니스로 브랜드를 설계한다는 것은 사람의 내면과 관계의 회복을 중심에 두는 일이다. 브랜드는 삶을 설계하지 않는다. 다만 삶의 리듬에 귀 기울이며, 사람이 스스로의 일상 속에서 회복을 느낄 수 있도록 조용히 돕는 존재일 뿐이다.
희망의 언어로 말하는 브랜드
ESG는 규제의 언어였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의 목록이었다. 그러나 이제 브랜드는 희망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
기술이 아닌 진정성으로. 규율이 아닌 관계로. 경영이 아닌 삶으로.
파타고니아는 자연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언어로 말한다. 러쉬는 사람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언어로 말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이익보다 신념이 앞서고, 성장보다 지속이 우선이며, 소유보다 순환을 선택한다는 것.
웰니스 브랜딩은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아니다. 존재 방식의 전환이다. 무엇을 파느냐가 아니라, 왜 존재하느냐의 문제다. 브랜드의 진정성은 위기의 순간에 드러난다. 이익과 신념이 충돌할 때 무엇을 선택하는가. 그 선택이 브랜드의 본질을 증명한다.
우리가 만들어갈 브랜드의 미래
소비자는 이미 알고 있다. 어떤 브랜드가 진심인지, 어떤 브랜드가 연기하는지. 광고는 거짓말할 수 있지만, 조직 문화는 거짓말하지 못한다. 직원을 어떻게 대하는지, 환경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위기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모든 것이 결국 드러난다.
이제 브랜드는 선택해야 한다. 규제를 지키는 브랜드로 남을 것인가, 변화를 이끄는 브랜드가 될 것인가. ESG의 언어로 보고할 것인가, GSE의 언어로 존재할 것인가.
국제웰니스협회가 스포츠서울과 함께 시작하는 ‘대한민국 웰니스 브랜드 대상’은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광고가 아닌 조직 문화에서, 말이 아닌 행동에서 증명되는 진정성을 찾는 여정이다.
나를 회복하는 기업, 우리를 연결하는 브랜드.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웰니스의 미래다. 브랜드가 희망의 언어로 말할 때, 세상은 조금씩 변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언제나 진정성에서 시작된다.
[스포츠서울 | 정의정 웰니스전문위원]
④ 규제의 언어에서 희망의 언어로
...ESG 이후, 웰니스로 브랜드를 설계해야 한다
지난 10년간 기업들은 ESG가 세상을 구할 것이라 믿었다. 수많은 보고서와 캠페인이 쏟아졌고, ‘지속가능성’은 새로운 윤리의 언어가 되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브랜드의 언어는 규범에 갇히고, 사람의 마음에서는 멀어졌다. 선한 의도는 넘쳤지만, 삶의 울림은 사라졌다.
MIT 경영대학원은 2024년 보고서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ESG는 모든 것을 측정할 수 있지만, 의미만은 측정하지 못한다.” 지표는 늘었지만 관계는 멀어졌고, 말은 많지만 마음의 이유는 비어 있다. ESG는 옳은 말의 집합이었지만, 사람의 변화를 이끌지 못한 언어였다.
파타고니아 브랜드 메세지
파타고니아가 선택한 언어
“We‘re in business to save our home planet.” 파타고니아의 창업주 이본 쉬나드가 2022년 회사를 환경단체에 기부하며 한 말이다. 그는 ESG 보고서를 내는 대신, 제품 하나하나에 수선 방법을 적어 넣었다. 소비를 줄이라고 소비자에게 말하는 브랜드. 성장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성장의 의미를 다시 쓴 것이다.
파타고니아는 환경 지표를 자랑하지 않는다. 대신 “Don‘t Buy This Jacket”이라는 광고를 낸다. 정말 필요한 게 아니면 사지 말라고. 이 역설적 메시지가 오히려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높였다. 2022년 매출 30억 달러를 기록하며, 진정성이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지 증명했다.
이것이 웰니스 브랜딩이다. 규제를 지키는 게 아니라,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 보고서가 아니라 관계로 말하는 것.
GSE, 안에서 밖으로 흐르는 변화
세상은 바깥에서부터 변하지 않는다. 변화는 언제나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 내면의 진정성이 관계로 확장되고, 그 관계가 사회와 생태의 질서를 회복시킨다. 이 흐름이 지속가능성의 본래 구조다.
그래서 이제는 ESG가 아닌 GSE의 관점이 필요하다. ESG가 외부의 구조를 정비했다면, GSE는 존재의 구조를 회복하는 언어다.
G는 진정성에서 출발한다. 시스템보다 신뢰, 규율보다 납득이 우선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삶의 구조가 만들어진다. 거버넌스는 투명한 지표가 아니라, 일관된 행동으로 증명된다.
S는 그 진정성이 관계로 확장되는 지점이다. 진정성을 지닌 개인, 브랜드가 사회적 책임을 나누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공감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브랜드가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곧 그 브랜드의 사회적 가치다.
E는 그렇게 형성된 관계가 세상과 순환하는 단계다. 환경 관리가 아니라 삶 전체의 회복, 인간이 온전해지면 자연도 숨을 돌린다. 이것이 진정한 지속가능성의 순환 구조다.
G는 내면의 진정성을, S는 관계의 공감을, E는 생태적 순환의 관점을 의미한다. 우리가 이 세 축을 경영 중심의 사고가 아닌, 삶의 관점으로 재정립하고 실천해나갈 때 웰니스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우리 삶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된다.
러쉬, 사람부터 살린 브랜드

러쉬 브랜드 매장
영국 화장품 브랜드 러쉬(Lush)는 2019년 SNS 계정을 모두 닫았다. 알고리즘이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해친다는 이유에서다. 매출 감소를 감수하고 내린 결정이었다. “우리 직원이 먼저 행복해야 고객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러쉬는 매장에서 플라스틱 포장을 없앴다. 비누를 나체로 판다. ‘네이키드(Naked)’ 제품 라인은 포장 자체를 거부한다. 불편함을 감수한 고객들은 오히려 이 브랜드에 더 큰 애정을 보냈다. 2023년 글로벌 매출 10억 파운드를 넘기며, 불편함조차 가치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러쉬의 진정성은 제품이 아니라 사람에서 시작됐다. 직원을 먼저 돌보고, 그 마음이 제품으로, 고객으로, 환경으로 확장됐다. 이것이 GSE의 흐름이다. 안에서 밖으로, 나에서 우리로, 현재에서 미래로.
브랜드는 삶의 리듬에 귀 기울인다
이제 브랜드는 경영의 전략이 아니라 삶의 지속성을 함께 설계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브랜딩은 제품을 꾸미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삶에 닿는 온도를 만드는 일이다.
웰니스로 브랜드를 설계한다는 것은 사람의 내면과 관계의 회복을 중심에 두는 일이다. 브랜드는 삶을 설계하지 않는다. 다만 삶의 리듬에 귀 기울이며, 사람이 스스로의 일상 속에서 회복을 느낄 수 있도록 조용히 돕는 존재일 뿐이다.
희망의 언어로 말하는 브랜드
ESG는 규제의 언어였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의 목록이었다. 그러나 이제 브랜드는 희망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
기술이 아닌 진정성으로. 규율이 아닌 관계로. 경영이 아닌 삶으로.
파타고니아는 자연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언어로 말한다. 러쉬는 사람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언어로 말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이익보다 신념이 앞서고, 성장보다 지속이 우선이며, 소유보다 순환을 선택한다는 것.
웰니스 브랜딩은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아니다. 존재 방식의 전환이다. 무엇을 파느냐가 아니라, 왜 존재하느냐의 문제다. 브랜드의 진정성은 위기의 순간에 드러난다. 이익과 신념이 충돌할 때 무엇을 선택하는가. 그 선택이 브랜드의 본질을 증명한다.
우리가 만들어갈 브랜드의 미래
소비자는 이미 알고 있다. 어떤 브랜드가 진심인지, 어떤 브랜드가 연기하는지. 광고는 거짓말할 수 있지만, 조직 문화는 거짓말하지 못한다. 직원을 어떻게 대하는지, 환경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위기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모든 것이 결국 드러난다.
이제 브랜드는 선택해야 한다. 규제를 지키는 브랜드로 남을 것인가, 변화를 이끄는 브랜드가 될 것인가. ESG의 언어로 보고할 것인가, GSE의 언어로 존재할 것인가.
국제웰니스협회가 스포츠서울과 함께 시작하는 ‘대한민국 웰니스 브랜드 대상’은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광고가 아닌 조직 문화에서, 말이 아닌 행동에서 증명되는 진정성을 찾는 여정이다.
나를 회복하는 기업, 우리를 연결하는 브랜드.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웰니스의 미래다. 브랜드가 희망의 언어로 말할 때, 세상은 조금씩 변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언제나 진정성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