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의정 웰니스 전문위원]
③ 나를 회복하는 사회, 우리를 연결하는 경제
우리는 오랫동안 ‘성공’이라는 단어 아래에서 살아왔다. 성공은 늘 경쟁을 의미했고, 경쟁은 분리를 낳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초연결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역사상 가장 외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친구 목록은 수백 명이지만, 진짜 고민을 나눌 사람은 손에 꼽는다.
팬데믹은 우리에게 중요한 깨달음을 주었다. 나의 건강은 나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며, 나의 행복은 타인과 분리될 수 없다는 것. 세계보건기구(WHO)는 팬데믹 이후 ‘정신적 건강 위기’를 전 지구적 과제로 선포했다.
그동안 우리는 정신건강을 개인의 문제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진정한 웰니스는 개인에서 멈추지 않는다. 관계로, 공동체로, 조직 시스템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국제웰니스협회가 추구하는 GSE 모델의 S(Compassion, 공감/우리다움)다.

핀란드 기업들의 선택: 삶이 먼저다
1990년 핀란드는 최악의 위기를 겪었다.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30명으로 유럽 최악이었고, 경제 위기로 실업률은 20%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핀란드는 놀라운 전환을 이뤘다. 2022년 자살률을 12-14명으로, 50% 이상 낮춘 것이다.
핵심은 무엇이었을까? 핀란드 기업들은 정신건강을 ‘개인의 결핍’이 아닌 ‘조직이 함께 돌보는 다름’으로 재정의했다. ‘외로움은 혼자 있는 시간이 아니라, 관계의 질과 기대치의 문제였다.’
핀란드 기업들은 직장을 단순한 생산 공간이 아닌 삶을 지탱하는 공동체로 재설계했다. 2021년 시작된 국가적 직장 정신건강 프로그램에 2,600개 이상의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첫 2년간 디지털 도구만 13만 회 사용되었고, 놀랍게도 참가자의 98%가 자신의 직장에 적용할 구체적 계획을 수립했다.
조직의 시스템을 바꾸다
핀란드 기업들의 접근법은 명확했다. 개인에게 ‘스트레스 관리 잘 하세요’라고 말하는 대신, 업무 조직과 협력 방식 자체를 바꿨다.
가장 인기 있던 솔루션은 ‘어떻게 지내세요?’라는 간단한 직장 웰빙 테스트였다. 이것은 단순한 설문이 아니었다. 팀 전체가 함께 결과를 보고, 무엇이 문제인지 함께 논의하고, 협력적으로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었다. 정신건강이 개인 치료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한 조직 문화와 협력적 문제 해결의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핀란드 기업들은 유연근무제, 심리상담 지원은 기본이었고, 더 나아가 관계의 질에 집중했다. 동료 간 신뢰를 쌓는 워크숍, 수평적 소통 문화, 실패를 학습 기회로 여기는 분위기. 이것은 복지 프로그램이 아니라 웰니스로의 경영 철학 전환이었다.
관계가 생산성을 만든다. 핀란드 기업들이 증명한 것은 명확하다. 직원의 정신건강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건강한 관계가 형성된 조직에서는 번아웃이 줄어들고, 이직률이 낮아지며, 창의성이 높아졌다.
한 제조업체는 관리자 교육을 전면 개편했다. 성과 관리 기술이 아니라 팀원의 신호를 알아차리는 법을 가르쳤다. ‘요즘 힘들어 보이는데 괜찮아?’라는 질문 하나가 한 사람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시켰다.
한 IT 기업은 ‘실패 공유의 날’을 만들었다. 분기마다 팀원들이 자신의 실패를 솔직히 나누고, 거기서 배운 것을 공유하는 시간. 처음엔 어색했지만, 점차 자신의 불완전함을 드러낼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되었다. 나의 부족함이 결핍이 아니라 고유성임을, 너의 다름이 위협이 아니라 보완임을 깨달은 것이다.

결핍이 아닌 다름으로
우리는 각자 모자란 부분이 있기에 각자의 고유성을 지니게 된다. 우리는 다르기에 서로 필요하다. 핀란드 기업들이 보여준 것은, 조직원을 ‘결핍의 존재’가 아닌 ‘고유한 존재’로 바라볼 때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한 핀란드 HR 디렉터는 말했다. ‘우리는 직원들에게 완벽하라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대신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를 고민합니다. 그것이 진짜 혁신을 만듭니다.’
건강한 조직이란 문제가 없는 조직이 아니라,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조직이다. ‘네가 약해서 그래’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이겨내자’고 말하는 조직이다.
웰니스 경제로의 전환
이제 경제는 인간의 행복과 분리될 수 없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웰빙 경제’를 다가올 시대의 핵심 구조로 규정했다. GDP가 아니라 삶의 질을 성장의 지표로 삼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도 직원을 생산 자원이 아닌 함께 공진화하는 존재로 대우하는 것, 성과만이 아니라 관계의 질을 경영 지표로 삼는 것, 효율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것. 이것은 복지가 아니라 철학의 문제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성장하는가?’
브랜드가 만드는 연결
이제 소비자들은 자신의 가치관과 맞는 브랜드를 찾는다. 직원을 존중하는, 환경을 생각하는, 세상을 바꾸는 브랜드를. 브랜드의 진정성은 광고가 아니라 내부 조직 문화에서 증명된다.
국제웰니스협회가 스포츠서울과 함께 추진하는 ‘대한민국 웰니스 브랜드 대상’은 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평가한다. 제품의 품질이 아니라, 그 브랜드가 직원을 어떻게 대하는지, 사회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지속가능한 미래를 어떻게 만드는지를 본다.
진정성(Genuineness)으로 존재하고, 공감(Compassion)으로 관계를 회복시키며,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으로 미래를 만드는 브랜드. 그것이 진정한 웰니스 브랜드다.
나의 행복이 곧 우리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공존의 경제’. 내가 온전할 때 타인도 온전해지고, 타인이 온전할 때 나도 온전해진다. 우리는 결국 연결된 존재이며, 웰니스는 그 연결을 회복하는 여정이다.
나를 회복하는 기업, 우리를 연결하는 브랜드.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잘 사는 세상’이다.
dorrit@naver.com
[스포츠서울 | 정의정 웰니스 전문위원]
③ 나를 회복하는 사회, 우리를 연결하는 경제
우리는 오랫동안 ‘성공’이라는 단어 아래에서 살아왔다. 성공은 늘 경쟁을 의미했고, 경쟁은 분리를 낳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초연결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역사상 가장 외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친구 목록은 수백 명이지만, 진짜 고민을 나눌 사람은 손에 꼽는다.
팬데믹은 우리에게 중요한 깨달음을 주었다. 나의 건강은 나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며, 나의 행복은 타인과 분리될 수 없다는 것. 세계보건기구(WHO)는 팬데믹 이후 ‘정신적 건강 위기’를 전 지구적 과제로 선포했다.
그동안 우리는 정신건강을 개인의 문제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진정한 웰니스는 개인에서 멈추지 않는다. 관계로, 공동체로, 조직 시스템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국제웰니스협회가 추구하는 GSE 모델의 S(Compassion, 공감/우리다움)다.
핀란드 기업들의 선택: 삶이 먼저다
1990년 핀란드는 최악의 위기를 겪었다.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30명으로 유럽 최악이었고, 경제 위기로 실업률은 20%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핀란드는 놀라운 전환을 이뤘다. 2022년 자살률을 12-14명으로, 50% 이상 낮춘 것이다.
핵심은 무엇이었을까? 핀란드 기업들은 정신건강을 ‘개인의 결핍’이 아닌 ‘조직이 함께 돌보는 다름’으로 재정의했다. ‘외로움은 혼자 있는 시간이 아니라, 관계의 질과 기대치의 문제였다.’
핀란드 기업들은 직장을 단순한 생산 공간이 아닌 삶을 지탱하는 공동체로 재설계했다. 2021년 시작된 국가적 직장 정신건강 프로그램에 2,600개 이상의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첫 2년간 디지털 도구만 13만 회 사용되었고, 놀랍게도 참가자의 98%가 자신의 직장에 적용할 구체적 계획을 수립했다.
조직의 시스템을 바꾸다
핀란드 기업들의 접근법은 명확했다. 개인에게 ‘스트레스 관리 잘 하세요’라고 말하는 대신, 업무 조직과 협력 방식 자체를 바꿨다.
가장 인기 있던 솔루션은 ‘어떻게 지내세요?’라는 간단한 직장 웰빙 테스트였다. 이것은 단순한 설문이 아니었다. 팀 전체가 함께 결과를 보고, 무엇이 문제인지 함께 논의하고, 협력적으로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었다. 정신건강이 개인 치료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한 조직 문화와 협력적 문제 해결의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핀란드 기업들은 유연근무제, 심리상담 지원은 기본이었고, 더 나아가 관계의 질에 집중했다. 동료 간 신뢰를 쌓는 워크숍, 수평적 소통 문화, 실패를 학습 기회로 여기는 분위기. 이것은 복지 프로그램이 아니라 웰니스로의 경영 철학 전환이었다.
관계가 생산성을 만든다. 핀란드 기업들이 증명한 것은 명확하다. 직원의 정신건강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건강한 관계가 형성된 조직에서는 번아웃이 줄어들고, 이직률이 낮아지며, 창의성이 높아졌다.
한 제조업체는 관리자 교육을 전면 개편했다. 성과 관리 기술이 아니라 팀원의 신호를 알아차리는 법을 가르쳤다. ‘요즘 힘들어 보이는데 괜찮아?’라는 질문 하나가 한 사람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시켰다.
한 IT 기업은 ‘실패 공유의 날’을 만들었다. 분기마다 팀원들이 자신의 실패를 솔직히 나누고, 거기서 배운 것을 공유하는 시간. 처음엔 어색했지만, 점차 자신의 불완전함을 드러낼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되었다. 나의 부족함이 결핍이 아니라 고유성임을, 너의 다름이 위협이 아니라 보완임을 깨달은 것이다.
결핍이 아닌 다름으로
우리는 각자 모자란 부분이 있기에 각자의 고유성을 지니게 된다. 우리는 다르기에 서로 필요하다. 핀란드 기업들이 보여준 것은, 조직원을 ‘결핍의 존재’가 아닌 ‘고유한 존재’로 바라볼 때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한 핀란드 HR 디렉터는 말했다. ‘우리는 직원들에게 완벽하라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대신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를 고민합니다. 그것이 진짜 혁신을 만듭니다.’
건강한 조직이란 문제가 없는 조직이 아니라,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조직이다. ‘네가 약해서 그래’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이겨내자’고 말하는 조직이다.
웰니스 경제로의 전환
이제 경제는 인간의 행복과 분리될 수 없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웰빙 경제’를 다가올 시대의 핵심 구조로 규정했다. GDP가 아니라 삶의 질을 성장의 지표로 삼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도 직원을 생산 자원이 아닌 함께 공진화하는 존재로 대우하는 것, 성과만이 아니라 관계의 질을 경영 지표로 삼는 것, 효율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것. 이것은 복지가 아니라 철학의 문제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성장하는가?’
브랜드가 만드는 연결
이제 소비자들은 자신의 가치관과 맞는 브랜드를 찾는다. 직원을 존중하는, 환경을 생각하는, 세상을 바꾸는 브랜드를. 브랜드의 진정성은 광고가 아니라 내부 조직 문화에서 증명된다.
국제웰니스협회가 스포츠서울과 함께 추진하는 ‘대한민국 웰니스 브랜드 대상’은 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평가한다. 제품의 품질이 아니라, 그 브랜드가 직원을 어떻게 대하는지, 사회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지속가능한 미래를 어떻게 만드는지를 본다.
진정성(Genuineness)으로 존재하고, 공감(Compassion)으로 관계를 회복시키며,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으로 미래를 만드는 브랜드. 그것이 진정한 웰니스 브랜드다.
나의 행복이 곧 우리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공존의 경제’. 내가 온전할 때 타인도 온전해지고, 타인이 온전할 때 나도 온전해진다. 우리는 결국 연결된 존재이며, 웰니스는 그 연결을 회복하는 여정이다.
나를 회복하는 기업, 우리를 연결하는 브랜드. 그것이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잘 사는 세상’이다.
dorrit@naver.com